요리 레시피를 검색하거나 장을 볼 때, 혹은 지인에게 김치를 좀 보내주려고 메시지를 쓸 때마다 멈칫하게 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매운맛을 내는 빨간 가루입니다. 소리 나는 대로 적으면 후자가 맞는 것 같고, 문법을 생각하면 전자가 맞는 것 같아 헷갈리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오늘은 한국인이라면 평생 사용하는 필수 식재료인 고춧가루 고추가루 중 무엇이 국립국어원 표준어인지, 그리고 왜 그런 표기가 나오게 되었는지 그 이유인 사이시옷 규정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정답은 시옷이 들어간 고춧가루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맞춤법에 맞는 올바른 표기는 고춧가루입니다.

고추와 가루가 합쳐진 단어이기 때문에 고추가루라고 쓰는 것이 더 깔끔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틀린 표기입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상품 뒷면을 보거나 요리책을 볼 때 정확하게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해 보면 모두 고추 밑에 시옷 받침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멀쩡한 단어 사이에 시옷을 끼워 넣는 것일까요?
2. 소리가 거세지는 사이시옷 현상
우리말에는 두 개의 단어가 합쳐져서 하나의 합성어가 될 때, 발음이 변하는 경우 사이시옷을 적어주는 규칙이 있습니다. 이를 사이시옷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규칙이 적용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순우리말이 포함된 합성어여야 하고, 둘째는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야 하며, 셋째는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쌍자음)로 나야 합니다.
고추와 가루는 모두 순우리말이며, 앞말인 고추가 모음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발음을 해보면 고추가루가 아니라 [고추까루] 혹은 [고춛까루]처럼 뒤에 오는 가루가 까루로 세게 발음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뒷말이 된소리로 변하기 때문에 그 표시로 사이시옷을 넣어 고춧가루가 되는 것입니다.

3. 비슷한 예시로 이해하기
이 원리는 다른 단어들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나무와 잎이 만나면 발음이 [나문닙]이 되면서 나뭇잎이 되고, 해와 살이 만나면 [해쌀]로 발음되어 햇살이 됩니다. 또한 등교하는 길도 [등굗낄]로 소리 나기 때문에 등굣길이라고 적습니다.
반면, 피자와 집이 합쳐진 피자집은 뒷말이 [찝]으로 소리 나지만 피자가 외래어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추와 가루는 둘 다 순수한 우리말이기 때문에 예외 없이 사이시옷을 적어주어야 합니다.
결론
지금까지 우리를 헷갈리게 했던 고춧가루 고추가루의 승자는 사이시옷 규정에 의해 고춧가루임을 확인했습니다.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변하는 현상을 문자에 반영해 준다는 원리만 기억하면 앞으로는 헷갈리지 않으실 겁니다.
오늘 저녁 메뉴를 고르거나 장을 보실 때, 올바른 맞춤법을 기억하며 자신 있게 사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발음은 어떻게 하는 게 맞나요?
인사말이나 전세방은 왜 시옷을 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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